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5년 말리의 민주화 시위

by 현이에게 2025. 5. 27.

2025년 말리의 민주화 시위로 인하여, 5월의 아프리카 서부 내륙국가 말리는 또 한 번의 거대한 정치적 격랑 속에 휩싸였다.

 

2025년 말리의 민주화 시위
2025년 말리의 민주화 시위

다시 군화가 짓밟는 거리

수도 바마코를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으며,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렬하고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위대는 군사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하며, 정치적 자유와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말리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군부 쿠데타를 겪은 이후 군사 정권 하에 놓이게 되었다. 당시 임시정부 구성과 선거 약속을 했던 군부는 수차례 일정을 미루며 실질적인 권력을 고착화해왔고, 결국 2024년 말에는 야당 활동을 대폭 제한하고 언론을 검열하는 조치에 나섰다. 2025년 들어서는 야당의 전면 해산과 정치 활동 금지 조치가 발표되며,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것이다.

 

 

군의 강경 대응, 억눌린 자유

이번 시위는 단순한 일시적 불만의 표출이 아니다. 군사 정권이 지난 몇 년간 축적해온 억압과 통제의 결과가 폭발한 현상이다. 시위 초기에는 주로 대학생과 시민운동가들이 주도했지만, 점차 노동자, 종교 단체, 심지어 일부 지역 장로회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게 되면서 그 규모가 급속히 확산됐다. 구호는 단순했다. “선거를 실시하라”, “헌법을 복원하라”, “군부는 물러가라.”

이에 대해 군사 정권은 전형적인 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계엄령 선포 없이도 이미 사실상 통행금지와 언론 봉쇄가 시행되었으며, 시위가 벌어진 도심 주요 지역에는 무장 병력이 배치되었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최소 72명이 체포되었고, 15명 이상이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사망했다. 특히 인터넷 차단과 SNS 통제는 시민의 소통망을 마비시켜 정보 공유 자체를 막고 있다.

 

국영 방송을 통해 정권은 “질서 회복”과 “외세의 선동 차단”이라는 명분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마주한 현실은 외세와는 무관한 말리 시민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더 이상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삶, 침묵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국제 사회의 시선과 비판

국제 인권 단체와 다수의 민주 국가들은 말리 정권의 강경 진압과 정치 탄압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앰네스티는 말리 정부가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명확히 지적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도 긴급 논의에 들어갔다.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는 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정치 대화의 재개”를 촉구하며, 향후 말리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실제로 2021년에도 군사 정권의 연장 시도에 대해 ECOWAS는 경제 제재를 가한 바 있으며, 이번 사태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외부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 말리는 현재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프랑스와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 거리를 두고 있다.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군사 고문단이 말리 정부에 파견되었으며, 이는 서방의 압력에 맞서기 위한 의도적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 정치 구도 속에서, 외부의 압박은 오히려 정권의 ‘내부 결속’ 명분으로 활용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역사 속 반복되는 억압과 저항

말리의 정치 불안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독립 이후 수차례 쿠데타와 군부 통치를 경험했으며, 민주화와 후퇴가 번갈아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특히 2012년 이후 북부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확산, 프랑스의 군사 개입, 이후의 평화협정 실패 등 복잡한 정치·안보 위기는 말리를 국가적 정체성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시위는 단순히 군부 퇴진 요구를 넘어, 말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자유의 부재는 경제 불안과 결합해 고용 부족, 빈곤 심화, 교육 불균형 등 일상적 삶의 위기를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선거나 정권 교체로만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이며, 근본적인 사회 개혁과 법치주의의 회복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군부가 보이고 있는 대응 양상을 보면, 그런 변화의 가능성은 요원하다. 정권은 시위대를 ‘무질서 세력’으로 낙인찍고 있으며, 시위 지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언론 보도의 금지를 통해 불만을 더욱 억누르려 하고 있다.

 

 

미래는 아직도 미정인 채로

5월 말 현재, 말리의 상황은 일시적인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불안정하다. 시위대는 정부의 양보 없는 강경 태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지만, 다시금 분노가 분출될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게릴라식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야당 정치인들의 망명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세계는 말리 국민이 선택할 미래를 어떻게 지켜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군사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고, 시민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국제 사회는 경고와 비판 외에 뚜렷한 개입 수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