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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물 부족과 수자원 갈등

by 현이에게 2025. 5. 30.

전 세계적인 물 부족과 수자원 갈등은 더 이상 미래의 우려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위기다.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산업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수자원이 희소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간 정치적, 경제적 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나일강, 인더스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등 주요 국제하천을 둘러싼 수자원 분쟁은 물이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물은 자연의 일부이자 공공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초래한 극심한 가뭄, 대도시의 급격한 팽창, 농업 및 제조업의 물 소비 증가로 인해 상황은 급변했다. 이제 물은 국가 안보, 에너지, 식량 체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제한된 수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점점 더 날카롭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물 부족과 수자원 갈등
전 세계적인 물 부족과 수자원 갈등

 

기후 변화와 물 스트레스의 전 지구적 확산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매년 최소 한 달 이상 심각한 물 부족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지역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곳으로, 강수량의 감소와 지하수 고갈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비의 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강우 패턴의 불규칙성, 증발률 증가, 눈 녹는 시기의 변화는 기존 수자원 인프라와 예측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예측 가능한 시기와 양의 강우에 기반해 농업 및 도시 물 공급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그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시화로 인한 물 수요 폭증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적인 대도시들은 식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인접 농촌 지역의 수원을 흡수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간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 지하수 과잉 추출은 수질 오염과 토양 침하를 유발하며, 단기적인 해결책이 장기적인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강, 갈등의 뿌리가 되다

전 세계적으로 약 276개의 국제하천이 존재하며, 이들은 150개 이상의 국가를 통과하거나 접경하고 있다. 수자원을 공유하는 이러한 지역은 자연스럽게 정치적 민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상류국과 하류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은 다자 협력이 아닌 국익 중심 대응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나일강: 에티오피아 vs. 이집트

대표적인 예가 나일강이다. 에티오피아는 2011년부터 '르네상스 대댐(GERD)'을 건설하며, 자국 내 수력발전을 위한 대규모 수자원 활용에 나섰다. 하지만 나일강 하류에 위치한 이집트는 이를 자국의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집트는 전체 담수의 90% 이상을 나일강에 의존하며, 물 공급 감소는 곧 농업, 식수, 산업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의미한다.

수년간 협상이 반복됐지만, 댐의 운영 방식과 물 배분 원칙에 대한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 수자원이 무기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모두 외교적 압박과 군사적 발언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인더스강: 인도 vs. 파키스탄

또 다른 사례는 인더스강 유역의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이다. 1960년 체결된 ‘인더스 수로 조약’은 두 나라 간 물 배분의 기본 틀을 제공하고 있지만, 카슈미르 지역의 지리적 긴장과 인도 측의 수력발전 프로젝트 확장은 파키스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기후 변화로 유량이 줄어들면서 기존 합의에 대한 해석 차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터키 vs. 시리아·이라크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가 공유하고 있다. 터키는 상류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수력발전과 관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유량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는 하류국인 시리아와 이라크에 큰 부담을 준다. 물의 흐름이 제한되면서 하류 지역에서는 농작물 생산량 감소와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식량 안보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의 상품화와 민영화: 새로운 갈등의 서막

물은 점점 '공공재'에서 '경제재'로 인식되고 있다. 2020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처음으로 물 선물거래 시장이 개설되었다. 이는 물이 미래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시각의 반영이며, 동시에 물 사용권과 가격 책정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기도 하다.

 

민간 기업의 물 시장 진출은 투자 효율성과 관리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공공 서비스로서의 물이 기업의 이윤 논리에 따라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물 요금 인상, 취약계층의 접근성 저하 등의 문제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물 민영화를 장려해 왔지만,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물의 민영화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과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국제사회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물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

전 세계적인 물 부족과 수자원 갈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 안보, 경제가 얽힌 다층적인 위기다. 기후 변화로 수자원이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는 가운데, 국경을 넘는 하천은 협력의 통로가 되기보다는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일강, 인더스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과 같은 주요 국제하천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물의 상품화, 시장화 흐름은 새로운 형식의 갈등을 낳고 있으며, 규범과 제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에 따라, 물이 협력의 자원이 될지, 분쟁의 도화선이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물은 더 이상 ‘무한하고 당연한 자원’이 아니며, 그 희소성과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