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남아시아의 오랜 화약고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다시 한번 국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양국은 카슈미르 지역에서 벌어진 국지적 군사 충돌 이후 전격적으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 군사적 긴장을 일시적으로 완화한 이 합의는 겉으로 보기엔 외교적 성과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갈등 해소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2025년 휴전 협정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합의 직후에도 양측은 서로를 ‘휴전 위반’이라며 날 선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양국의 신뢰 부족과 과거의 앙금은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 휴전을 ‘잠시 멈춘 전투’일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역사로부터 이어진 갈등의 뿌리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1947년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그날부터 비극으로 시작됐다. 분리 독립 과정에서 수많은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채 급하게 나뉜 국경은, 곧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 분쟁이라는 지뢰밭을 남겼다. 인도는 힌두교 중심의 국가로,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로 분리됐지만,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는 무슬림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두 나라는 1947년, 1965년, 1971년에 걸쳐 세 차례의 전면전을 벌였고,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지전과 무력 충돌이 반복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지속적이고 민감한 충돌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실질통제선이다. 이 지역은 양국 모두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서로 자국 영토라 주장하는 대표적 분쟁지다.
2020년대 들어서도 양국의 대치는 계속되었으며, 특히 2023년 이후에는 무장 세력의 활동 증가, 드론 정찰 문제, 국경 순찰 확대 등으로 충돌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올해 초 국경에서의 실탄 교환, 민간인 사망 등으로 상황은 다시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 5월의 휴전 협정이다.
2025년 휴전 협정,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번 협정은 공식적으로 2003년의 휴전 합의 이후 가장 큰 틀의 재확인이자, 양국 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결과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 중단, 드론 및 정찰 활동 제한, 정보 공유 채널 재가동 등을 합의했고, 양국 군 지휘부 간 ‘핫라인’을 통해 실시간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협정에는 카슈미르 지역 민간인 보호 조치, 의료 및 구호 지원 협력, 정례적 국경 회담 개최 등의 내용도 포함되었는데, 이는 단순한 군사적 합의가 아닌, 인도적 관점에서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협정이 발표된 직후부터 등장했다. 양국 언론은 휴전 협정 위반 사례를 실시간 보도하며 상대국의 책임을 강조했고, 군 지도부 역시 자국의 방어적 정당성을 피력하며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국경 감시 강화가 휴전 위반이라며 항의했고, 인도는 파키스탄이 여전히 무장 세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총성이 멈춘 곳에 남은 긴장
이번 휴전 협정이 단기적 충돌을 막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양국 관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상호 불신의 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오랜 갈등 속에서 두 나라는 군사뿐 아니라 외교, 정보, 심지어는 문화적인 부분까지 서로에 대한 반감을 키워왔고, 이를 하루아침에 허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양국의 내정 상황 역시 이번 협정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는 총선을 앞두고 강경한 국방 노선을 강화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경제 위기와 정치 혼란 속에서 대외 강경책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분위기다. 이처럼 ‘휴전=정치적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면, 협정을 유지하는 동력 자체가 취약해진다.
게다가 국경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총성이 멈췄지만, 실질적인 보호나 지원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이동 제한, 통신 단절, 경제 봉쇄 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장기화된다면, 휴전 협정은 오히려 분노와 불신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중재의 어려움
이번 휴전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중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유엔과 미국, 중국, 러시아는 양국의 군사 충돌이 자칫 핵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아래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특히 미국은 인도와의 경제·기술 협력, 파키스탄과의 안보 파트너십을 동시에 고려해 균형 잡힌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려 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주권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 제3자의 개입을 경계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는 특히 외부의 중재 시도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며 거부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오히려 국제적 개입을 통해 인도의 강경한 군사 정책을 견제하려 한다. 이처럼 국제 사회의 역할조차 명확한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점은, 평화 구축이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이번 휴전 협정은 다시 한번 ‘평화는 서류가 아니라 행동’임을 보여준다. 과거에도 수차례 협정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깨졌고, 그때마다 더 많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선 군사적 긴장 완화는 기본이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첫째,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민족주의적 언행은 자제를 넘어, 중단되어야 한다. 둘째, 카슈미르 주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자치 및 보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군사 핫라인이나 정례 외교 회담이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위기 관리 수단으로 작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는 단순한 조정자 역할을 넘어서, 양국이 평화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정치적,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멈춘 전투, 그러나 평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2025년 5월의 인도-파키스탄 휴전 협정은 다행스러운 소식이지만, 동시에 많은 물음을 던지는 사건이다. 진정한 평화는 총성이 멈추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갈등을 만들어낸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그것을 해소하려는 정치적·사회적 노력이 동반될 때에만 가능하다.
지금 양국은 평화와 갈등이라는 두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이 선택의 결과는 인도나 파키스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평화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