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내전 장기화와 난민 위기’는 단순한 국가 내부의 정치 갈등을 넘어서, 이웃 국가들과 국제 사회 전체가 마주해야 할 복합적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21년 2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이 사태가 일시적인 혼란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미얀마의 상황은 갈수록 더 복잡하고 무거워지고 있다. 군부는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고, 이에 맞서는 시민과 무장 저항세력은 전국 곳곳에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국경을 넘는 피란길에 올랐다는 점에서, ‘난민’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력 충돌이 일상이 된 나라
미얀마는 지금 사실상 전면 내전 상태에 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며 시작된 갈등은 이제 무장 반군 세력과 군정 간의 군사 충돌로 확대되었다. 특히 북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민주화 시민들이 결성한 시민방위군까지 가세하면서 군부는 점차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도시 외곽은 물론이고 시골 마을, 산악 지대, 접경 지역에 이르기까지 총성과 폭격 소식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그렇듯 일반 시민들이다. 정규군도 아니고 무장단체도 아닌, 그저 조용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었던 사람들이 총격과 공습, 식량난과 강제 이주 속에서 삶을 잃어가고 있다.
국경을 넘는 피란 행렬
이제 미얀마의 문제는 단순히 국내 정치나 군사 갈등으로만 볼 수 없다.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는 이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웃 국가들, 특히 태국, 방글라데시, 인도의 부담은 함께 커지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이미 로힝야 난민 100만 명 이상을 수용 중이며, 이제는 내전으로 인해 추가적인 피란민 유입이 시작되고 있다. 태국 역시 미얀마와의 접경 지역에서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난민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로서는 자국 내 사회·경제적 부담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난민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히 국경을 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불안정한 캠프 생활, 식량과 위생 부족, 의료 사각지대, 아동 교육의 단절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으며, 이들이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내전 속에 잊힌 아이들
이 사태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는 아동이다. 미얀마 내에서 학교는 폐쇄되었고, 피란 과정에서 가족과 헤어진 아이들도 많다. 일용직 생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노동력으로 동원되거나 무장단체에 의해 소년병으로 끌려가는 경우도 있다.
국제기구들은 ‘교육의 단절’을 또 다른 인도주의 재난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몇 년의 학습이 끊긴 문제가 아니라, 한 세대 전체가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총 대신 연필이 쥐어져야 한다는 말은 이제 너무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미얀마에서는 현실화되지 못한 문장이다.
국제 사회의 입장과 그 한계
유엔과 아세안, EU 등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군정의 폭력을 규탄해왔다. 일부 국가들은 군부 인사에 대한 경제 제재도 단행했으며,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반군이나 시민단체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의 조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미얀마 군부는 외교적 고립을 감수하면서까지 권력을 유지하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이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의 결의안이나 아세안의 조정 시도 역시 군정의 협조 없이는 한계에 부딪힌다. 인도적 지원도 안전한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실질적인 집행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경제 붕괴, 그리고 미얀마의 미래
정치·군사적 혼란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하지만, 경제적 붕괴도 미얀마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외국 기업은 철수했고, 물가는 급등했으며, 대다수 산업 활동이 마비 상태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해외로 떠나거나, 범죄 조직의 유혹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얀마가 동남아시아 내 불법 온라인 사기의 온상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내전의 틈을 타 조직범죄가 활개를 치며 난민, 여성, 청년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태는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멈출 기미 없는 불안정
현재 미얀마는 단기간 내에 내전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군부는 여전히 무력을 통한 질서 회복을 주장하고 있으며, 반군과 시민 저항 세력도 쉽게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그 사이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기반을 잃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긴 불안정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 사회의 시선이 다른 이슈로 옮겨가는 사이, 미얀마의 전쟁은 묻혀가고, 난민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사라져버릴 수 있다.
‘미얀마 내전 장기화와 난민 위기’는 단순한 정치 갈등의 산물이 아니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현실이다. 이 현실은 통계나 기사로는 다 담을 수 없지만, 우리의 시선이 거기서 멀어질수록 더 깊어질 위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