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지구를 넘어선 공간에서도 법적 규범과 질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제우주법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영유권, 책임, 군사화 등 주요 쟁점에서 다양한 해석과 충돌이 존재합니다. 본 글에서는 국제우주법의 핵심 쟁점 세 가지를 중심으로 그 문제점과 향후 과제를 정리해봅니다.
우주 영유권: 누구도 가질 수 없지만, 누구든 점유하는 현실
‘우주는 인류 전체의 자산’이라는 이상은 1967년 ‘우주조약’을 통해 법제화되었습니다. 이 조약은 어떤 국가도 달, 행성, 소행성 등 우주 천체에 대해 영토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가 및 민간 기업의 자원 채굴 시도, 영토화 가능성 탐색 등으로 이 조항이 실효성을 잃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미국의 ‘상업 우주경쟁법’입니다. 이 법은 미국 기업이 채굴한 우주 자원을 소유할 권리를 인정하며, 국제조약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도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달 탐사나 소행성 개발이 본격화되면 영유권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또한 민간 기업의 활동은 더욱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비영리적으로 시작된 우주탐사가 점점 상업화되면서, 국제법의 적용 여부에 대한 해석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우주를 소유하지 않되, 자원은 점유할 수 있다”는 논리는 향후 국제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 사고는 늘고, 책임은 미루어진다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인공위성 충돌, 로켓 낙하, 우주쓰레기 문제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1972년 채택된 ‘우주책임협약’은 발사국이 피해에 대해 절대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실제 분쟁 해결에 있어 여러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첫째, ‘발사국’ 개념 자체가 모호합니다. 예컨대 A국 기업이 B국에서 로켓을 발사한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둘째, 우주쓰레기에 의한 피해는 추적과 입증이 어려워 실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습니다. 최근 우주파편이 인도 주택에 추락한 사례처럼, 발생원 추적이 불가능한 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셋째, 민간 기업의 책임 범위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발사 허가를 내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이에 따라 기업의 책임 기준과 보험 체계 강화가 필요합니다. 현행 조약은 국가 중심의 사고처리 모델에 머물러 있어, 실제 우주개발의 다변화와 민영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무기화: 조약은 있으나, 규제는 없다
현재까지 우주에 대량살상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주조약’은 우주 공간과 천체에 핵무기나 기타 대량살상무기의 배치를 금지하지만, 구체적 무기 개발이나 위성 무장, 지상 공격 능력을 가진 시스템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우주는 점점 ‘보이지 않는 군비 경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주군을 창설하고 GPS 교란 방지, 우주 미사일 요격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반위성 미사일 실험을 이미 여러 차례 수행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위성 접근을 통해 감시 및 간섭 능력을 확보하는 등, 우주는 점차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직접 규제할 수 있는 국제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군사목적 위성, 전자전 장비, 레이저 무기 등은 ‘비공식’이거나 ‘비무기적 장비’로 분류되어 조약 해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주의 무기화’를 공식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주는 더 이상 ‘공공의 꿈’으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원, 안보, 경제의 새로운 무대가 되었고, 따라서 국제법 역시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영유권 문제, 책임 소재, 무기화 금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합의가 없다면, 우주는 또 다른 갈등의 전장이 될 것입니다.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우주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강력하고 구체적인 우주 규범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