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가자 지구는 또 한 번의 심각한 인도적 재난 상황에 놓여 있다. 수개월 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간의 무력 충돌은 그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격화되었고, 그 결과 5만 4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민간인 희생자 다수 포함된 이 충돌은 단순한 군사적 교전 수준을 넘어섰고, 국제 사회에서도 유례없이 강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가자 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끊이지 않는 충돌, 되풀이되는 참사
가자는 면적 365㎢ 남짓의 좁은 지역에 약 200만 명이 밀집해 살아가는 곳이다. 제한된 자원, 폐쇄된 국경,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이 지역의 일상을 언제나 위기와 공존하게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이며, 광범위한 인도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구조되지 못하는 생명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가자 지구 내에서 실질적인 구조 활동은 거의 마비된 상태다. 병원과 응급 시설은 대부분 폭격으로 파괴되었고, 의료진은 중단 없는 공격과 물자 부족 속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전기와 식수 공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기초적인 위생과 보건 시스템마저 붕괴되었다.
현장에 있던 한 국제 NGO 활동가는 “환자가 병원까지 오지 못하고, 의약품이 창고에 들어오지 못하고, 시신을 묻을 땅조차 부족하다”고 전했다. 단지 총탄이나 미사일로 인해 희생된 이들만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이들의 고통과 죽음 역시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사망자 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취약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유엔아동기금은 “아이들이 죽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끔찍한 진단을 내놨다. 전쟁은 늘 약한 자에게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현실이 다시금 확인되는 순간이다.
국제 사회의 반응과 논의
이같은 상황 속에서, 유럽 각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비례성을 상실한 군사 작전은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고,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인도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공동 발의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가자 지구 내 긴급 구호 활동을 위해 약 3억 유로 규모의 인도적 지원 패키지를 승인했으며, 동시에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일부 군사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는 이스라엘과의 경제·외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그 군사 작전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며 대응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유엔 내에서 실질적인 제재나 조치 도출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사회 내부에서도 분열된 시각과 전략적 이해관계가 이 사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봉쇄된 삶, 끝나지 않는 불안
가자 지구는 수년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경 봉쇄 아래 놓여 있으며, 식량, 의약품, 연료 등 필수품의 반입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이번 충돌은 기존의 봉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가자의 식량 불안정성은 이미 최고 위험 등급에 도달했으며, 주민 중 절반 이상이 극심한 영양 결핍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게다가 가자 지구는 재건의 여지도 극히 제한적이다. 이전의 충돌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일부 주거 및 인프라가 복구되었지만, 이번 전쟁의 피해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다. 실제로 2024년까지 지어진 학교와 병원 대부분이 이번 폭격으로 다시 폐허가 되었으며, 이로 인한 교육과 보건 서비스의 공백은 장기적인 사회적 후유증을 예고한다.
정치적 협상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적대는 반복적인 충돌 속에서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제3국의 역할 역시 제한적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가자는 단순한 전투 지역이 아니라, 제 기능을 상실한 고립된 인도적 재난 지대로 변모하고 있다.
비극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쟁이 아닌 재난이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무너지고 있으며, 최소한의 구조조차 닿지 못하는 현실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질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유엔의 회의장에서는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한 채 탁자 위에서 멈추고 있고,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 사태가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넘어서, 유럽과 미국, 중동 주요국 간의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뒤엉키게 만들고 있다.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둘러싼 논의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의 고통을 완화해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안보 논리로도 지금 가자에서 벌어지는 이 참상을 설명하거나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고, 해결의 실마리는 멀기만 하다.